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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동

동네길에 천막집들이 갑자기 들어섰다. 용두동에서 용두동 송 씨 아저씨 셋방에 살 때 동네 친구 00 이도 같은 국민학교에 다녔다. oo이네는 3층 건물 집주인이어서 3층에 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넓은 옥상도 있어서 가끔 친구들이 올라가 연도 날리고 학교 너머 철길을 건너 청계천변 숲에서 잡아온 메뚜기도 불을 피워 구워 먹고 입 주위가 검게 변해 서로 웃기도 했다. 그 집에 같이 사는 셋방 사람들이 얼추 계산해도 열 집이 1.2층에 같이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우리가 노는 동네길에 온갖 색깔 천막들이 쳐지고 동네 여기저기 긴 줄들이 얼기설기 쳐져있어서 리어카와 차는 물론 사람도 못 지나갈 정도로 좁은 시장통 골몰길처럼 변해버렸다. 천막마다 세간살이들이 꽉 차있고, 지나가다 얼핏 보면 집에서 쫓겨난 동네 사람들 얼굴도 보일 정도.. 더보기
혼자 순대를 처음 사서 먹던 날, 용두동에서 3 용두동 송 씨 아저씨네 지하셋방으로 이사하고 다니던 동네가게도 바뀌었다. 나의 심부름 단골 장소는 영진 상회(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난다)다. 왼쪽 맞은편에 정육점도 함께 있는 농협슈퍼가 있었지만 잘 이용하지 않았다. 영진 상회 앞에는 성진 약국이 있었다, 그 약국 위 건물에 탁구대가 그물에 쳐져 있는 게 학교를 오고 갈 때마다 보여서 부럽기도 했다. 성진 약국 앞에 전봇대 주변에 리어카 장사치들이 많이 왔었다. 달고나 뽑기, 생선, 과일, 군고구마, 붕어빵 등 주변 가게에서 취급하지 않은 물건이나 식품을 리어카에 싣고 와서 골목 사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자주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순대 장사도 자주 등장했다. 물방울이 맺힌 비닐을 열면 잘 익은 순대와 각종 내장들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며 하.. 더보기
바람이 불던 날에, 용두동에서 2 학교 끝난 오후 이사한 주인집 앞은 동네 아이 축구 헤딩슛 대회가 출입문 옆 큰 철재 대문에서 열린다. 주인인 송 씨 아저씨도 모르게. 대문 턱 위 골키퍼가 가운데 서서 저만치 떨어진 아이 머리에 공을 던지면 머리에 공을 맞춰 골키퍼 손을 피해 현관 철문에 '쿵' 부딪치면 "앗싸" 하고 골 넣은 아이는 골 세리머니를 하고 "누구야?" "어느 놈이야?" 하고 2층 주인집 현관문이 열리면 잠시 도망가다 눈치보고 다시 모여서 2차 복수혈전이 펼쳐졌었다. 그러다 지붕 위로 축구공 올라가면 담벼락 방범 쇠창살 조심히 밟고 올라가서 지붕에 있던 다른 공들도 같이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우리가 또 조심해야할 곳은 대문 앞 빨간 벽돌집 한편에 빨간 페인트 글씨 국숫집에서 가지런히 널어 말린 국수발이다. 가끔 몰래 국수.. 더보기
콘크리트 길로 덮이던 날, 용두동에서 벽지에 내리쬐는 햇살이 베개에 눌린 얼굴 가까이 드리울 때, 낮잠에서 깨어난 눈은 아직 쥐오줌으로 누렇게 뜬 천장 벽지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요구르트 한 병 두 모금만에 넘기고 쪽마루에 걸터앉아 학교 간 형누나를 기다리며 두 손으로 개 그림자를 만드는 일도 이제 그만이다. 주인집이 마당에 지붕을 덮고 마루를 통으로 넓히는 바람에 햇살 맞던 셋방 쪽마루는 사라지고, 손빨래 널던 어머니는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주인집이야 이제 소채 구멍도 덮혀졌으니 밤 몰래 똥오줌 싸던 꼴도 이제 끝이겠지. 여섯 식구, 꼬질한 살림 아버지 술주정에 이골이 난 주인집은 더 이상 세를 주지 않고 이삿짐을 빼버렸다. 다락방도 없는 청과물시장 근처 송 씨 아저씨 반지하방으로 빨간색 자개장 화장대, 녹슨 철제 장롱 여닫이 흑..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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