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내가 가본 소풍 장소를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었다.
(지금 초등학교 때 가본 곳을 돌이켜보면 능동 어린이 대공원과 그 옆 어린이회관 및 부속 수영장, 동작동 국립묘지, 도봉산, 경복궁, 홍유릉에 간 걸로 기억하다. 중, 고등학교 때 천마산, 어린이 대공원, 동구릉, 태능, 산정호수, 어린이 대공원을 갔다. )
대체로 가까워서 부담없는 곳이거나 주변 무덤(릉)을 자주 갔다. 학교 행정 구역 주변에 있는 무덤은 거의 다 가봤다.
갔던 곳을 다시 방문해서 모이기 쉬운 때도 있었다.
그곳에 가면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았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도 기차 타고 경주 고분 보러 대왕암
수중 무덤을 찾아 경주 주변을 전세버스에서 졸면서 간 기억도 있으니.
무덤, 정확히 말하자면 왕들의 능에 왜 그리 자주 갔는지
이유를 굳이 찾아서 나름대로 정리해본다면
첫 번째는 금액이다. 왕릉은 입장료가 무료 거나 저렴했다.
돈이 없던 시절 체험학습비가 비싼 곳에 가는 건
학부모에게 부담이 가는 일이다.
소풍 담당 교사도 큰 금액의 체험비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금전출납을 교사가 했으니)
두 번째는 소풍 장소의 접근성과 시기, 장소의 크기다.
소풍 가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단체로 움직이고, 한 학교만 오는 게 아니라
여러 학교가 비슷한 소풍 시즌에 소풍 장소를 알아보고
선택하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 능 주변만큼 탁 틔여서 놀기 좋은 놀이시설이
그때 만해도 흔치 않았다.
(용인 자연 농원(현 에버랜드)은 멀었고 / 롯데월드는 89년 개장이었으니)
세 번째는 장소의 적정성이다. 역사적 장소를 가서 놀아야 그래도 조금이라도
왕릉으로 선택 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집트 피라미드나 진시황 무덤 보러 가는 것처럼,
TV 여행 다큐에서도 유럽 음악가 묻힌 비석 소개할 때 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
네 번째는 업무의 관성(?)이다. 갔던 곳은 이미 가봐서 잘 알고,
다른 장소를 안 찾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주 갔던 무덤도 이제는 잘 가지 않는다.
(옆에 세워진 글 안내판 이상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
더 많은 체험시설과 놀이시설이 새로 생겨서
이제는 체험학습장소 후보나 될 수 있을까?
지금은 더 체험학습 목적에 맞는 곳을 선정하여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놀러 가는 게 아닌 건 알지만, 체험학습에 가서
"무언가를 느끼고 배워서 가야지"
큰 배움의 의무감을 가지고 시간에 쫓겨
박물관 유리벽을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더 안타깝다.
코로나 19로
옛날 자유롭게 놀던
소풍 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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