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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동네 못사는 사람들은
셋방문이 건물 밖으로 따로 내어져서
시멘트로 다져진 쪽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루하루 고된 삶을 오르락내락했다.
용두동 아주머니들이 없는 살림에
용돈이라도 벌자고 나선 게 도라지 까기다.
흰누런 마대자루에 담긴 도라지를
빨간 다라에 담아 한 손에 나무 손잡이 면도칼이나
도루코 칼(이 칼로 연필을 깎던 생각이 나네.)로
도라지 뿔을 떼고 껍질을 칼로 문질러 벗기기도 하고
스타킹으로 문질러 다듬어 빈 다라에 담았다.
어린 나도 동네 아주머니 옆자리에 앉아
스타킹을 끼고 제법 도라지 잘 깠다.
동네 아줌마들 모여서 수다 떨며 도라지를 까서
중간 상인 00네 아줌마에게 팔아서 푼돈을 쥐였지.
굵어진 손마디로
새벽 소풍가는 자식
김밥 도시락 싸고 보내고
육성회비 갈색봉투에
꾸욱 넣어 가방 깊숙히 넣었다.
잃어버리지 말라고.
자식 주눅들지 말라고.
그 육성회비 한 번에 못 내고(옛날 돈 6,440원?)
몇 회로 나누어 매번 확인 도장을 받고
선생님께 불려가 납부 독촉받던
한 번에 다 낸 친구들이 부럽던
그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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