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음식을 나가서 사 먹지 횟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집에서 삼시 세끼를 먹고 시장에 가 반찬을 사고, 가끔 그것도 아주 가끔 할인 쿠폰이 있는 경우에만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브랜드 빵집이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리는 패턴이 요즘 생활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어제 무척이나 추웠다. 바람이 살을 에였다. 잠시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근처 지하철역 근처 롯O리O에서 새우버거를 1+1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기에 열고 들어갔다. 사람들도 적었지만 직원들도 햄버거를 만드는지 데스크 앞 쪽에는 보이지 않았다. 간혹 무인 전자 단말기에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은 사람 몇이 보였을 뿐이다. 새우버거를 시키려고 데스크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감지했다. 아 주문은 전자 단말기로 해야 하지! 습관은 참 무섭다. 옛날 주문 방식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당연히 몸에 밴 행동양식일 수밖에 없다. 급한 일로 음식을 주문은 하지 않았지만 기계 앞에서 자연스레 서 있는 젊은 사람들 혹은 나이 먹은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키오스크(전자 무인 단말기)를 이 가게에서 처음 본 건 아니다. 프랜차이즈 매장 대부분이 이제는 키오스크가 없는 곳이 없고 소규모 김밥집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건비 때문이라고 하겠지. 문재인 정부 초기 시급 인상 문제로 수구기레기 언론들이 일제히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더 이상 인건비로 힘들어서 알바를 구하지 못하고 경영 상태가 나빠질 거라고 입을 털었다. 그 정도 인건비도 못 줄 형편이면 아르바이트생 구하지 않는 게 낫다. 얼마나 열정 페이로 혹사시키려고 인건비 탓을 하려는지 모르겠다.(올해 최저시급은 8,720원이다.) 이럴 때는 OECD 국가 지표는 참고 안 하지. 유리한 것만 골라서 (사실 최저 시급보다는 상가 임대비가 더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한다. 임대료 상승은 건들지도 못하고 정부 돌려 까기에 전투적이지.. 늘) 그런 여파도 키오스크의 사용 증가를 하는데 영향을 끼쳤겠지. 코로나 19 상황도 그렇고 말이다. 아무튼 우리 생활 앞에 인간 아닌 기계와 대면하는 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자주 이용하는 은행 유인 점포도 서서히 없어지고(희망퇴직금 두둑히 챙겨주는 건, IMF 때 국민 세금으로 은행 빚 메꾸던 시절은 잊었겠지. 예대마진 무진장 차이 나던 걸) 이제는 무인점포 편의점도 등장했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세상은 참 빨리 돌아간다. 누구는 이런 사태가 실업률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 점포 운영의 효율성이 증대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문맹이 아니라고 자신하던 내가 이렇게 키오스트를 이용하는게 자연스럽지 않은 데, 나이가 들어서는 어떨까 싶다. 앞으로 세상에는 더 많은 기계들이 AI로 중무장을 하고 터미네이터 영화 속 아널드 스왈츠제네거가 T 시리즈처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나타날 것이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스포츠카가 뒤로 천천히 제길 가는 시골 농부의 소달구지 같은 기분이 간혹 들기도 한다.
코로나 19가 끝나면 혹시 주문을 직접 받는 직원이 생기길 바라는 건 나의 착각일까?
새우버거를 사지는 않았다. 돈은 있었다. (행사 가격만큼은.)
햄버거보다 그리운 건 사람 얼굴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목소리와 눈빛이 주는 따뜻한 안정감이 있다.
마스크 인간도 좋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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