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동 송 씨 아저씨네 지하셋방으로 이사하고 다니던 동네가게도 바뀌었다.
나의 심부름 단골 장소는 영진 상회(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난다)다. 왼쪽 맞은편에
정육점도 함께 있는 농협슈퍼가 있었지만 잘 이용하지 않았다.
영진 상회 앞에는 성진 약국이 있었다, 그 약국 위 건물에 탁구대가 그물에 쳐져 있는 게
학교를 오고 갈 때마다 보여서 부럽기도 했다.
성진 약국 앞에 전봇대 주변에 리어카 장사치들이 많이 왔었다.
달고나 뽑기, 생선, 과일, 군고구마, 붕어빵 등 주변 가게에서 취급하지 않은 물건이나 식품을
리어카에 싣고 와서 골목 사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자주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순대 장사도 자주 등장했다. 물방울이 맺힌 비닐을 열면 잘 익은 순대와
각종 내장들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며 하늘로 구수한 냄새와 함께 사방에 퍼졌다.
부모님은 5단 옷장 위에 용돈으로 백 원, 이백 원을 올려놓고 아침 일찍 일하러 가셨다.
그 돈을 고이 주머니에 숨겨두고, 겨울밤에 골목 사거리에 가서 순대 아저씨한테
"순대 100원어치 주세요." 하면
주인은 장갑을 끼고 비닐을 열어 칼로 순대를 자기 손바닥 길이만큼 먼저 자르고
세로로 순대를 칼집을 넣어 깊이를 얇게 자른 다음, 고춧가루가 약간 섞인 소금을 그 안에 넣고
신문지에 싸서 내 손에 쥐어주었다. 100원어치도 팔아서 참 다행이었다.
하늘에서 눈 오던 그 날, 먹던 순대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었다.
이따금 집에서 가족과도 순대를 먹은 적도 있었지만,
바로 순대 리어카 앞에서 바로 먹는 더 맛있었다.
집에 들어가며 입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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